칼럼 및 논평

[국민일보] 여자대학에서 '여성으로만' 입학 제한할 경우 법 위반될 수도

진평연 간사
2020-08-28
경남기독교총연합회와 경남성시화운동본부 소속 목회자들이 지난 7월 서울 국회를 방문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왼쪽 세 번째)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민 의원은 “차별금지법의 폐해를 잘 알고 있으며 반대입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법 제정을 찬성하는 쪽에선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 법은 여성의 권익과 지위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평등은 국가에 대해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를 ‘대국가적 효력’이라 한다. 개인 간의 법률관계에서 헌법의 평등원칙은 민법을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즉 ‘간접적 효력’을 미치게 된다.(대법원 2008다38288 판결)


그런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사인 간의 법률관계에도 ‘직접’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필연적으로 행복추구권 및 계약의 자유, 사적 자치 원칙을 직접 제한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헌법상 평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같지 않은 것, 즉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 초등학생을 중학생과 학업 수준이 같다고 대우해선 안 되듯 말이다.


그런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등을 이유로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한다. 얼핏 보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같은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같게 취급하도록 강제할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헌법상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다. 만약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같이 대우한다면 어떻게 될까. 휠체어 장애인에게 일반인처럼 수백개의 계단을 올라가라는 평등요구는 불평등이다.


헌법 제32조 제4항은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무슨 말인가. 근로조건에서 남녀를 기계적으로 똑같이 대우하지 말고 여성을 특별히 보호하라는 말이다. 이처럼 헌법은 ‘차별’과 ‘부당한 차별’을 구분한다.


여성의 지위에 관해선 헌법은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하고 있다. 또한,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헌법은 여성에게 ‘차별’, 즉 ‘유리한 차별’을 명하고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헌법은 신체장애인 및 질병·노령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차별을 명한다. 이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사회보장 의무다.


이렇듯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사회국가 원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국가 원리가 내포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도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의 실현’이다.(헌재 1998.5.28.자 96헌가4)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한 행위’를 차별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말하는 차별은 다른 의도가 들어있다. 이 법안에서 차별은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되면 ‘여성’에게 유리한 차별을 명하고 있는 헌법과 충돌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문화·체육·오락, 그 밖의 재화·용역의 공급자는 성별 등을 이유로 문화 등의 공급·이용에서 배제·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여성 스포츠 경기에 ‘여성’만으로 출전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금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성별 등을 이유로 해당 시설물의 접근·이용 등에 있어서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남성의 여성 화장실 사용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소위 ‘화장실 전쟁’이 한국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교육·직업훈련 영역에서 교육기회의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관의 장은 성별 등을 이유로 교육기관에 지원·입학·편입을 제한·금지하거나 교육 활동에 대한 지원을 달리하거나 불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성별 등에 따라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어떤 여자 대학이 ‘여성’으로만 지원·입학·편입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그것은 차별금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모집 요강에서 ‘여성’이라는 조건을 삭제해 성기 제거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제3의 성을 받아들이라고 국가인권위가 권고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이는 곧 여자대학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이처럼 성별 등을 이유로 분리·구별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여성 또는 모성에 대해 유리한 차별을 명하고 있는 헌법에도 배치된다. 여성의 복지와 권익향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입법을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출처 :국민일보

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3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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